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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고도에 자리한 이공학의 중심 교토대학교

일본에서 석사과정을 마친 4기 이상진 장학생이 장학생 커뮤니티에 작성한 교토대학 소개글입니다.

대학의 설립

제가 다니고 있는 교토대학교는 1897년 ‘교토제국
대학’을 정식 명칭으로 하여 개설되었습니다.
서울대학교의 전신이 경성제국대학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그 제국대학 중의 하나입니다.

그 후 1947년 ‘교토대학’으로 개칭하였습니다.

학교 개설 당시, 어떤 이념을 가지고 대학을 만들 것
인가에 대해서 고민을 하던 중 프랑스식과 독일식의
두 가지 방안이 나왔는데, 관료 양성 중심의 교육을
기본으로 하는 프랑스식이 도쿄대에 적용된 반면,
교토대의 경우는 자유로운 사상의 탐구에 바탕을 둔
독일식 시스템을 도입하게 됩니다.

이는 현재에도 그 영향이 남아 있어서 일본인들의 인식 속에도, 정치, 정부 관료 양성을 위한 도쿄대와
과학, 기술의 연구를 위한 교토대가 일본을 대표하는 두 학교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캠퍼스와 주변 환경

교토대학의 캠퍼스는 크게 요시다(吉田)캠퍼스, 우지(宇治)캠퍼스, 카쯔라(桂)캠퍼스로 나뉘어져 있고
그 외에 각종 연구기관이 긴끼지방(오사카, 고베, 교토, 나라 주변를 아울러 이렇게 부릅니다.)에 산재해
있습니다. 대학의 본부는 요시다 캠퍼스에 있고, 모든 학부 수업은 요시다 캠퍼스에서 진행됩니다.

우지와 카쯔라의 경우 이공계 연구를 위한 시설이 주로 분포되어 있는데요. 우지 캠퍼스는 각종 거대한
실험 장비들이 있어, 저희 연구실에서도 1년에 두 번씩 샘플 분석을 위해 방문하곤 합니다.

그리고 카쯔라 캠퍼스는 최근에 지어진 곳으로 공학 연구과와 정보학 연구과가 이전중에 있습니다만,
산속에 별다른 준비없이 캠퍼스를 먼저 옮겨버린 바람에 각종 편의시설 부족으로 현재 다들 고생하고
있는 듯합니다.(심지어 일요일이 되면 먹을 게 없어진다는 소문이..)

다행히 저희 과는 지금 지은 건물도 별로 안됐는데, 옮기는 데 드는 비용이 아깝다는 이유로 아직
요시다 캠퍼스에 있습니다. 이상 세 개의 캠퍼스 사이에는 셔틀이 운행되고 있고, 편도 약 한 시간
정도 걸립니다.

교토대학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교토에
있습니다. 그 중 요시다 캠퍼스의 경우 교토시내
북동쪽에 자리잡고 있지요.

교토는 794년부터 1869년 까지 약 1000년에 걸쳐
일본의 수도였습니다. 현재 수도인 도쿄가 현대
일본의 정치, 문화의 중심이라면, 교토는
옛 문화를 그대로 간직한 일본 전통문화의 중심
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전통문화의 보전이 매우 잘 되어 있어서 일본
최고의 관광도시로 유명하고, 특히 매년 벚꽃이
피는 계절과 단풍이 드는 시기에는, 교토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질려버릴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곤 합니다.

노벨상 수상자

교토대학교 홈페이지(www.kyoto-u.ac.jp)를 보면 가장 첫 화면에, 이렇게 영어로 적혀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The university has produced five Nobel laureates and two Fields medalists.’

현재까지 일본의 노벨상 수상자는 총 12명이고, 그 중 과학관련 부분 수상자가 9명, 그 중 교토대 출신의
수상자가 5명입니다. 특히, 첫 수상자였던 유카와 히데키 교수(1949, 중간자에 대한 연구로 물리학상
수상), 그리고 두 번째였던 토모나가 신이치로 교수(1965, 양자전자역학의 기초연구로 물리학상 수상)의
경우, 자연과학을 중심으로하는 자유로운 연구 환경을 가진 교토대학이 낳은 일본 기초 과학의 선구자들
입니다.

학풍, 연구 분위기

교토대학의 학풍은 ‘자유’ 입니다. 그 외에 몇 개 더 있는 걸로 알고 있지만, 기본적인, 그리고 학생들,
교수님들이 중요시하는 가치는 모두 이 ‘자유’ 라는 말에 함축되어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단위 취득에 관한 것인데요, 교수님들도 공공연히 ‘시험 통과하면 학점 드릴 테니
굳이 수업에 나올 필요는 없습니다’ 라고 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그렇다고 수업을 적당히 하시는
분은 거의 없습니다).

그만큼 공부에 뜻이 있는 사람에겐 원하는 것을 원하는 만큼 할 수 있는 여유가 주어지지만, 반대로
너무 자유에 빠진 나머지 졸업에 힘겨워 하는 사람도 볼 수 있지요.

극단적인 예지만, 제가 학부에 있을 때에는 무려 1000여명이 등록하는 ‘XX기초론’ 이라는 수업이
있었는데요, 실제로 그 과목에 배당되는 강의실은 200명이 채 못 들어가는 방이었습니다. 학기말에
한번 레포트 쓰는 것으로 단위를 주고(교토대학의 대부분의 과목에는 중간고사가 없습니다) 게다가
점수도 후하게 나오는 지라 전통적으로 유명한 과목이었는데, 국립대학 법인화에 이어, 이대로는
안되지 않느냐 라는 학교 사무실 측의 압박에 의해, 요즘 들어 수강인원을 제한하게 되었다더군요.

흔히, 교토대학 학생들에 대해 ‘학문의 배양액에서
자라는 괴짜들’로 말하는데요, 이는 자유로운 학풍
속에서 여러가지 특이한 성격을 가진 이들이 많은
것을 두고 외부 사람들이 주로 하는 말입니다.
(실제로 교토대학 학생들은 자신들이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99명의 폐인과 1명의 천재를 위한 학교’
라는 미묘한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합니다. 그만큼
충분한 자유가 주어지는 것에 대한 반증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연구 분위기에 대해서는 제가 재료공학을 공부하는
관계로 이공계 쪽을 중심으로 설명하겠 습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교토대학은 앞선 노벨상 수상자들을 중심으로 하여 자연과학이 잘 발달되었습니다.

특히, 유카와 히데키 교수가 설립한 기초 물리학 연구소는 교토대가 자랑하는 소립자 물리학 연구의
중심이며, 또 생물학 분야에서는 유인원 관련 연구 등에 있어서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초과학 중심의 학풍은 커리큘럼에도 충분히 반영되어 제가 속했던 공학부에서도 대부분의
수업이 응용보다는 기초 원리를 습득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는 4학년 때 졸업 논문을
쓰면서 실험을 진행할 때, 갑작스런 응용 실험 때문에 약간의 괴리감을 느끼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했지만 여러 문제 해결에 있어서 기본적인 마인드를 기를 수 있다는 것에서 매우 가치 있는 것이라
생각하고 제가 저희 학교를 선택하게 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재료과 같은 경우, 석사과정부터
상당히 자주 학회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일본 국내학회를 포함해 적어도 한 학기에 한 번씩은 자기가 속한 학회에서 발표를 하게 되는데요,
학부 때의 자유로운 단위 취득의 분위기를 버리지 못하고 나태해 질 수 있는 연구실 생활을
바로잡고자 하는 재료과 교수님들의 책략(?) 이라는 설도 있습니다. 실제로 개요 제출, 학회 참가를
정신 없이 반복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는 새에 연구 결과가 나와 논문이 되어있곤 하지요.

저희 과 같은 경우 재료과학의 특성상, 기초와 응용의 선을 넘나드는 영역의 연구를 진행하게 되는데요,
기초과학을 중요시하는 대학의 학풍과 응용기술이 발달한 일본의 공학이 잘 어우러져, 좋은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무리

간단하게나마 저희 학교에 대한 소개를 마쳤습니다. 기본적으로, 현재 세계 학문의 흐름이 미국
중심으로 되어있기 때문에 글을 쓰면서 조금 망설인 부분도 없지 않지만, 저희 학교가 가진(일본이라고
일반화 할 순 없습니다만) 독특한 학풍 또한 알아두면 좋을 것 같아서 이렇게 소개 하게 되었습니다.

학문을 하는 데에 있어서 여러 가지 스타일을 알고 경험하는 것이 그 흐름을 파악 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네요. 장학생 선발 면접에서, 면접 위원 중에 한 분이 ‘여러 대륙을 돌아다니면서 공부를 하는
것이 나중에 큰 성과를 얻는데 힘을 발휘할 것입니다’ 라고 하신 말씀이 생각납니다. 제 글이 저희
학교를 아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이상으로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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